갈까 말까?

간직하고 있는 1집 앨범 출시일을 보니 2016년 8월이네요. <볼빨간 사춘기(이하, ‘Bol4’)>란 가수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그 때쯤이었나 봅니다. “Bol4” 를 각인 시킨 것은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었습니다. 일반 가수들과 다르게 뭔가 톡 튀는 음색을 가지고 있는 보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노래 장르가 일반적인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가 아니었지만 노래가 신선하고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니 ‘인디’ 로 구분하고 있군요? 인디에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Bol4’ 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슈는 이 친구들이 박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대중에게 막 알려 지기 시작한 연예인으로서 인기에 치명적일 수 있는 행사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동안 라이브 콘서트가 열리기만 엿보던 차에 연말 공연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예약을 하긴 했지만 콘서트 당일까지도 살짝 갈등이 있었습니다. 관심을 가진 팀이지만 TV 자체를 안보는데다 이 친구들 활동도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콘서트를 가는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라이브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했기에 한 번 들어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2층 구석 자리를 예매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콘서트 가 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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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건물 문제

잘 기억 나지는 않지만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 이전에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구 공연을 보러 갔었는지 아니면 행사였는지는 모르지만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별로 인상 깊지 않았었나 봅니다. 어쨌든 아~~주 오래 전, 모 가수께서 그러셨습니다. 국내에는 음악 공연을 할 만한 공간이 전무하다 시피 하다고 말입니다. 그 동안 다녔던 공연에서는 실감하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에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을 다녀 오고 나서는 모 가수 말대로 우리나라 공연장이 열악한 환경에 있음을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음이 풍부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반주 소리가 무대 앞에서만 웅웅 울립니다. 마치 건물이 소리를 소리 없이 먹어치우는듯한 느낌이랄까 탄성 없는 고무판에 공기 빠진 공을 튀기는 것처럼 벽에 부딪힌 소리가 약해지면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신식 음향 설비를 갖춘 영화관에서 듣는 7.1 입체 음향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일반 음악 플레이어로 듣는 것보다 못한 공간은 처음이지 않았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무대 전면 위주로 배치되어 있을 스피커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전용 공연장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좌석은 2층 입구 바로 옆이라 벽하고 가까기에 더욱 잘 느꼈던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아, 건물 문제구나!’

아무리 좋은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해도 해결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같은 학교 내에 있는 공연 전용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의 공연은 정말 다릅니다. 이게 전용 공연장과 일반 건물과의 차이점인가 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은 종합체육관에서 하는 공연에서 듣던 소리 보다도 못했습니다. 공연 전용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체육관 공연에서는 소리가 살짝 울리긴 해도 어딘가 턱턱 막히거나 흩어지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하는 공연은 가지 않을 겁니다. 가수분들도 공연장 섭외하실 때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믹싱’ 이 문제?

건물 문제 외에도 공연을 즐기는데 어려움을 준 것이 있었습니다. 가창력 좋은 보컬의 노래와 가사 전달이 충분히 안되었습니다. 필자가 사전에 노래 가사를 다 숙지하지 못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릅니다. 노래 가사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어떤 가사인지를 보다 쉽게 알 수 있었을 수 있습니다. 공연 내내 불행히도 제 귀에는 몇 몇 가사만이 들릴 뿐 제대로 노래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가사가 들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보컬이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구분 안될 정도였습니다. 입을 보면 분명 노래하고 있는데 악기 소리와 보컬이 뒤섞이면 문제였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도 아닌 일반인이니 믹싱이 문제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비전문가로서 마음대로 떠들어 보자면 보컬 소리를 악기 소리와 대별해서 뚜렷하게 살려줄 수 있도록 ‘믹싱’을 조정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믹싱’이란 것이 단순히 보컬 볼륨을 높이거나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문가는 분명 그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에서의 음질이나 보컬의 가사 전달력에서는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는 미리 최적으로 설정한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후보정을 해서 최종 음악을 만들겁니다. 라이브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그 때 그 때 현장의 모든 소리를 감안해서 실시간으로 조정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만큼 노련한 엔지니어가 필요할 겁니다. 장비도 좋아야 하겠지요. 비슷한 이야기지만 라이브 공연에 실망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SG워너비’ 공연이었습니다. 아주 최악이었는데 보컬간 화음은 엉망이었으며 반주도 따로 놀았습니다. 요즘 활동이 뜸해져서 신규 앨범도 나오지 않지만 그 공연 이 후로 SG워너비 노래는 스튜디오 녹음 버전만 듣기로 했습니다.

스트리밍 파일로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가사도 잘 들리고 참 좋습니다. 귀염귀염하고 특색있는 음색을 잘 느껴집니다. 정말 사춘기 소녀가 부르는 노래 같습니다. 이런 노래를 라이브에서 살리지 못하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오죽하면 다른 악기 없이 어코스틱 기타 반주에만 맞춰서 노래할 때의 가사 전달이나 보컬의 매력이 가장 많이 돋보였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많이 준비한 Two Five !!

원래 스포는 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 내용을 적진 않겠지만 여러가지 환경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그대로 들어납니다. 1집 앨범 커버 모습을 기대했는데 실제 모습은 더욱 성숙한 모습이라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거침없는 무대 장악력, 라이브로 확인한 안지영 보컬이야 두 말 할 필요 없이 ‘진짜’ 였습니다. 정말 노래 잘하고, 말도 잘 합니다. 25살이라는 나이가 맞는지 헷갈릴정도로 목소리가 애교 덩어리입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3년 여 만의 가수라고 보기에는 여기저기서 경륜이 느껴집니다. 예전 박정현 1집 콘서트를 간 적이 있었는데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신인이었던 박정현은 한국어 발음도 서툰데다가 긴장까지 했는지 노래 중간 중간 관객에게 말만할라 치면 말을 자꾸만 더듬거려서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안불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Bol4 는 정말 3년(?)차 가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능수능란했습니다. 머리도 참 예쁘게 하고 나왔더군요. 왼쪽 머리에만 핀 꽂은 살짝 곱슬한 긴머리의 안지영… Very Beautiful !!! 그렇다고 우지윤 이 미인이 아니란 말은 아닙니다. 공연 중엔 상대적으로 말 수가 적었지만 조용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이 참 잘 어울리는 팀입니다. 나중에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점이 울컥하게 했는지 말을 하진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서울 공연 관객을 보니 인디팀(맞나?)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 정도 티켓팅 파워라면 인디라고 하면 안되지 않나요? 관객석이 가득 찼으니 말입니다. 다만, 다음에는 관객 나이대별 확인은 하지 마시길… ㅎㅎㅎ

그 외…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여자 가수 콘서트에 간 경험이 훨씬 적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로 남자 가수 공연을 많이 갔었습니다. 콘서트에 가 보면 팬 구성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보통 20~30대가 팬의 주축일 수 밖엔 없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국카스텐> 콘서트였습니다. 중년 여성분들이 그렇게 많더군요. 신기했습니다. Bol4 도 여성 가수라서 그런지 남성팬이 절대 다수로 많았습니다. ‘어~~~우~~~’ 늑대들의 향연이란….아, 어색했습니다. 원래, 성별 반대인 팬들이 많은 것이 일반이지만 팬질은 여성들이 잘합니다. 남성팬들은 여친 생기고 결혼하면 팬질을 줄이거나 중단하게 되는 경향이 높지만 여성팬들은 애 낳고도 열성적으로 팬질합니다. 즉, 오래가려면 여성 팬들을 모을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이선희, 이은미씨 같은 경우는 여성팬이 많다고 하지요? 아마도 가수 이미지가 중성 또는 보이쉬한 것이 한 몫하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난 것은 초등학생 팬들도 꽤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튼튼한 팬층을 구성해 주겠죠?

잘 쓰지 않는 후기

사실, 다른 콘서트를 다녀와도 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잘 하지 않습니다. 티켓 판매처의 후기 정도는 간단하게 적기도 하지만 이렇게 장문으로 글을 쓰는 것은 필자에게도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모처럼 후기를 남겨야 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공연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Bol4 와 같이 실력있는 팀이 좋은 공연을 통해 관객/팬과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가수 자체가 아닌 공연장이나 음향 설비와 같이 엉뚱한 이유로 가수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을 시작으로 Bol4 공연은 다음에도 보러갈 겁니다. 잘하는 팀이고, 라이브 실력도 출중하니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면 꼭 가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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