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를 누비는 플래시

빛보다 빠른 스피드, 물체 투과, 전기 방출, 상처의 빠른 회복, 천재적인 두뇌까지 다양한 능력을 자랑하지만 저스티스 리그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막내 히어로 ‘플래시’. 어느 날 자신에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 이동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브루스 웨인’의 만류를 무시한 채 끔찍한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플래시 세계의 이해, 스피드포스와 플래시포인트

이 영화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TV 시리즈인 <플래시 (The Flash)> (2015) 를 먼저 보는 것을 강추합니다. TV시리즈에서는 플래시가 슈퍼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로 탄생하게 된 배경, 부모님 관련 사건 내용, 스피드포스, 플래시포인트 등에 관해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부족한 배경 지식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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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계상 TV 시리즈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영화에서 나오는 플래시 관련 몇 가지 지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플래시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스피드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피드포스” 는 우주 에너지의 일종입니다. 스피드포스 활용법과 활용율에 따라 스피드러너 슈퍼 히어로들의 달리는 속도와 힘이 달라집니다. 이 영화에서도 초기의 플래시는 스피드포스를 이용하지 못해서 그저 빠르게 달리는 것 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TV시리즈의 플래시도 초기에는 달리는 속도가 느려서 다른 스피드러너 빌런을 따라잡지 못하기도 하지만 스피드포스 사용법과 효율을 높여감에 따라서 다양한 새로는 능력들을 개발하고 달리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두 번째 지식은 “플래시포인트”입니다. 플래시의 달리기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특정 속도에 다다르면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일종의 차원문을 열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초음속 비행기의 초음속 돌파 순간과 같이 영화에서도 플래시의 달리기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특정한 한계를 계속해서 넘어가면서 시공간 차원문을 뛰어 넘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TV시리즈 보다 더욱 화려하게 연출했더군요. 시공간 차원문을 이용하여 플래시는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게 되고, 플래시가 출입한 시공간 지점을 특별히 “플래시포인트” 라고 부릅니다. 다른 SF 용어로 보면 “시공간 교차점” 또는 “시공간 특이점” 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플래시포인트에서 행한 특정 행동은 당연히 멀티버스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TV 시리즈에서도 이런 플래시포인트를 이용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TV시리즈와의 다른 점

가장 대표적인 특정은 주인공 배역이 다르다는 겁니다. TV시리즈에서는 “그랜트 거스틴(Grant Gustin)”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에즈라 밀러(Ezra Miller)” 가 배리 엘런입니다. 직업은 법의학자로 동일합니다. TV시리즈에서의 역할이 너무나 익숙해서 사실 이전 <저스티스 리그> 에서 에즈라 밀러 대신 그랜트가 배리 엘런 배역을 맡기를 바랬던 적도 있었습니다. 두 명의 배리 엘런이 멀티 버스 영화 속에서 재회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있어서 내심 기대를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TV시리즈 “The Flash”의 Grant Gustin
Ezra Miller

여자 친구역도 다른데 이쪽도 TV시리즈쪽 배역을 맡은 Candice Patton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뭐, 멀티버스 개념이니까 사실 서로 다른 지구에서 사는 플래시와 동료니까 배역이 다른 것이 맞겠죠? 참고로, TV시리즈 속 “지구”는 멀티 버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지구-1″로 명명합니다. 다른 플래시가 존재하는 지구들은 일련번호를 붙여서 부르죠. “지구-2″,”지구-99” 처럼 말입니다. 영화에서 언급은 없는데 에즈라 밀러가 있는 지구도 다른 우주 속 지구라고 보면 됩니다. 서로 다른 우주 속 플래시와 동료들의 존재도 다르고, 플래시 자체도 서로 다릅니다. “지구-1” 플래시가 법의학자면서 배리 엘런이었다면 다른 우주의 지구에서는 배리 엘런의 아버지가 플래시입니다. 여자 플래시도 있지요.

주요한 차이점이 또 있습니다. 영화에선 언급도 없었지만 TV시리즈에서는 스피드포스의 시공간 질서를 망치면 시공간을 지키는 존재인 “시간 망령“이 나타나서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을 잡아간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시간 망령이 나타나면 플래시가 아무리 빠르게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치지 못하고 바로 잡혀서 끌려갑니다. 함부로 시공간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되겠죠?

슈퍼걸 vs 슈퍼걸

DC의 다중 우주에는 모든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선 슈퍼맨 대신 슈퍼걸이, 전작인 <저스티스 리그>에서 잠시 스치듯이 언급된 흑화한 독재자 슈퍼맨이 나옵니다. Marvel 멀티버스에서는 모든 우주에 동일한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재미있습니다. 넷플릭스 DC SF TV시리즈인 <애로우(Arrow)> 를 보면 애로우버스 개념의 크로스 오버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서로 다른 TV시리즈 속 슈퍼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에피소드에 등장합니다. 이 때, 플래시가 사는 곳에는 애로우와 애로우 동료들이 있지만 슈퍼맨/슈퍼걸이 없습니다. 반대로 슈퍼맨과 슈퍼걸이 있는 세상에는 다른 슈퍼 히어로가 아무도 없습니다. 참고로, 슈퍼걸은 TV시리즈 보다 영화 속 슈퍼걸이 훠~~~~~~~~~~~얼~~~~~~~~~씬 멋집니다. TV시리즈 슈퍼걸은 금발의 약간 모자라 보이고 능력도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데 가끔 사촌인 슈퍼맨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슈퍼맨은 뒷그림자만 나오다가 정면 에피소드도 있긴 한데 영화 슈퍼맨 보다 카리스마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결국, TV시리즈 슈퍼걸은 중도 하차했죠.

TV시리즈 <슈퍼걸>의 슈퍼걸
영화 “The Flash” 속 슈퍼걸

씬 스틸러, <배트맨> 그리고,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스파이더맨 영화 원조(?)로 톰 홀랜드를 항상 꼽듯이 배트맨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마이클 키튼” 이 아닐까 싶습니다. 슈트 입고 등장하는 장면, 배트맨 슈트 입고 싸우는 장면, 무뚝뚝하게 배트윙을 조종하거나 뛰어내리는 등 모든 장면 장면을 보면서 “원조 배트맨” 매력과 향수에 푸욱 빠졌습니다. 아름다운 활강 공격 장면을 빼 놓을 수는 없겠죠? 최근작인 “The Batman” 의 사각사각(?) 배트맨이 원작에 가까워서 더 좋다고 하는 분도 있던데 저는 이쪽 배트맨이 더 취향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할 때의 추격전도 빼 놓으면 안됩니다. 원격으로 슈퍼맨도 나오고, 배트맨, 원더우먼 맛보기로 잠깐씩 나왔는데 짧지만 강하게 저스티스 리그 멤버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잘한 대화 개그도 한 몫합니다. 배트맨 다음작은 언제 나오나요? 게임이라도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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